목포 만호동 건해산물상가거리의 모습 ©건맥1897협동조합

"한잔 제끼고, 몰린(말린)놈 뜯고, 한가락 부르세"

전라남도 목포시 만호동 건해산물상가거리에 가면 독특한 분위기의 펍을 만날 수 있어요. 바로 '1897건맥펍'인데요, 이곳은 일반적인 술집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건어물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건맥'이라는 콘셉트부터 시작해서, 이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가 바로 지역 주민들이라는 점까지. 오늘은 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건맥1897 협동조합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 쇠퇴하던 항구도시의 변신

목포 만호동의 건해산물상가거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건해산물 유통의 중심지였어요. 1958년에는 전국 최초로 건해산물조합이 설립되었고, 당시 조합원만 400여 명에 달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도시 개발과 유통 구조 변화로 거리는 점점 활기를 잃어갔어요. 조합원 수도 100여 명으로 줄어들었고,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거리는 점점 쇠락해갔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19년 9월, 상인회는 과감한 시도를 했어요. 바로 '건맥축제'를 개최한 거예요. 건어물과 맥주를 결합한 이 축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두었어요. 준비한 1,200석의 테이블이 모자랄 정도로 약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왔죠.

이 성공에 고무된 상인들과 주민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단순한 일회성 축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2019년 12월, 건맥1897 협동조합이 탄생했습니다.

건맥스테이의 모습 ©건맥1897협동조합

👨‍👩‍👧‍👦 주민이 주인이 된 공간

건맥1897 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출자하고 운영한다는 점이에요. 처음에는 약 160명의 주민과 상인이 50만~500만원씩을 출자해 총 8,500만원의 자본금을 모았어요. 현재는 183명의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죠.

이렇게 모인 자금으로 협동조합은 건해산물상가거리의 빈 건물을 매입했어요. 2020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4억 7천만 원의 융자 지원도 받았죠. 이를 통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2020년 7월 17일, 전국 최초의 마을 펍인 '1897건맥펍'을 오픈했어요.

펍의 1층에서는 건어물을 안주로 맥주를 판매하고, 2층과 3층은 오래된 여관을 개조해 '건맥스테이'라는 숙박시설로 운영하고 있어요. 11개의 아담한 객실을 갖춘 이 공간은 주말이면 만실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좋답니다.